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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고기 - 변미연
더러운 어항에서 솟구쳐오른 금붕어 한마리

월간만화잡지 '허브' 연재
'04.08월(창간호) ~ `05.03월(제 8호)까지 총 7회 연재 (`05.01월호에 미연재)

1.
취조가 끝나 긴장이 풀리자 곧 정신을 잃고 쓰러진 동광은 의식이 사라지기 직전, 눈 앞에 어항속에 든 물고기처럼 물에 둘러싸여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2회) 그러나, 동광은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들 사이에도 '물'은 분명 존재하고 있다. 동광은 그저 그 상황에서 물 속을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들을 보며 X축과 Y축의 평면만을 움직일 수 있는 자신에 비해, 위 아래로 움직일 수 있는 물고기의 상대적인 자유로움을 잠시 동경한 것 뿐이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그때껏 잊고 있었던 물 속의 '더러움'에 다시 한 번 눈뜬다.

'그래…그 때도 나는 이렇게 더러운 어항 속 붕어들을 쳐다보면서…내 인생 같다고 생각했었다.'
'…내 인생 같다고 생각했었다…' (4회, 동광)


2.
이 작품에서 드러나는 더러움의 효과는 일차적으로 그것으로 인해 눈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걸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좀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주변을 청소할 '여유'따윈 애시당초 이들에겐 없다. 설혹, 청소한다 쳐도 그보다 수십배는 넓은 다른 곳의 더러움이 다시 눈 앞에 밀려온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의 헤엄(생활)은 위험을 내포한다. 더러움을 뚫고 눈 앞에 다가온 것이 자신의 천적이라면, 그리고 그물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급한 대로 어디로든 몸을 돌려 달아나겠지만, 또 다른 그물에 걸리거나, 또 다른 적을 만나게 될 지도 모른다.

닥쳐온 현실에 대해 그저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한 바를 그대로 실천에 옮겼음에도 불구하고, 그 행위의 결과는 그들에게 멍에로 작용한다. 그들(주인공격인 동광과 영호를 비롯한 주위 인물들)에게 있어서 과거란, 그저 모닥불 앞에 무릎에 턱을 괴고 불빛이 던져주는 따스함에 눈을 감고 흐뭇하게 떠올리는 '추억' 정도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각자의 머리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엄연한 내적인 '현실'이고, 만약 아주 약간이라도 외부와 연관성을 띈 그 무엇이 있다면, 그것은 내부의 현실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기폭제가 된다.

자꾸만 벌어지는 상처를 보듬으며 헤엄치기에 급급함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잔인하게도 과거에 얽매인 동광과 영호를 편의점이라는 공간에 배치시키고, 인질사건에 휘말리게 한다. 동광은 영호가 인질로 잡은 10살 남짓한 소년으로 인해, 그리고 영호는 동광에게서 나는 '비린내'로 서로에게 얽매인다.

'비…비린내가 나요.'
'비…비린내가 나서 무…무섭단 말이에요.'(7회, 영호)


3.
그러나, 막막함 속에서의 몸부림이 꼭 아픔만을 남기는 건 아니다. 그물을 벗어날 수도 있다. 작가는 아주 예리하게 이 아픔이 사라진 단 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단번에 절정으로 끌고 간다. 5회 그리고 6회에서 경찰서에서 만난 영호에 대해 동광의 미칠듯한 분노는 결코 지속될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영문도 모른채, 자신의 존재로 인해 고통을 겪는 동광을 위해 거듭 사과하는 영호를 보며 동광은 자신의 '사과하지 않은 과거'를 떠올린다. 7회가 실린 허브 `05.2월호의 101~106페이지는 동광이 결정적으로 얽매어 있던 과거와, 경찰과 동광 자신에게 거듭 잘못했다며 사과하는 영호와 영호의 누나의 '현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교차된다. 101~104페이지에서는 과거는 배경을 검은색으로, 현재를 일반적인 컷으로 구분해서 배열하고, 동시에 그저 잘못했다고 숙이기만 하는 영호의 과거 모습을 지나가듯이 컷 하나에 실음으로써 언뜻보기에 논리적으로 납득이 가질 않는 동광의 행위에 대해 직관적인 동의를 구하고 있다. 물론, 이 시도는 매우 성공적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감상문을 외박 귀영일 전날에 쓸 이유가 없다)

'다 당신 때문이잖아. 그냥 잘못했다고 그래! 빨리!'(6회, 동광의 전 아내)
'난…나는…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6회, 동광)


4.
동광의 말 그대로,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는 앞이 보이지 않기에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며 경찰에게 사과하고 영호와 함께 경찰서를 빠져나온다. 그리고 여기에서 동광은 새로운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었고, 선택을 한다. 그것은 바로 갈 데 없는 영호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는 거다. 절정에서 결말 직전으로 가는 이 부분은 단순히 동광의 '선함'을 드러내는 게 아니다.

'이대로 그냥 있으면 우린 죽어.'(7회, 동광)

이대로 있으면 안된다는 동광의 절박함은 동광으로 하여금 또다른 절박함에 놓인 영호를 붙잡게 한다. 동광과 영호는 동광의 집에 놓인 어항에서 착안해, 물이 맑은 개울가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은 서로의 상처로 인해 생겨난 홈이 절묘하게 서로를 보충해줄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헤…헤헤…'(7회 영호)
'네가 내 아들이었으면 좋았을텐데'(7회 동광)


5.
어쩌면 작가는 동광과 영호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해소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들을 그토록 과거에 얽매이도록 만들었던 '공권력'과 '자본'에 대한 불편함과 거기에서 생겨난 사람들의 고통과 치유의 과정을 드러내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실제로 작품 내에서 동광과 영호는 각각 공권력의 무심함과 자본의 잔꾀로 긴 시간을 고통 받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자인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몰아치듯이 순식간에 터져버리는 '갈등'과 역시 유사한 원리에 의해 그 갈등이 주요인물들 사이에서 해소되는 부분이었다.(6회와 7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상투적인 것보다는 등장인물들이 살아나가고자 발버둥치는 와중에 실마리를 찾아나간다는 점에서 작품의 감동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 (약간 서둘러 끝낸 감이 든다.)

ps1.진작에 정리해두고 싶었던 건데..
이제서야 귀영하기 전날에 몰아서 보고 부랴부랴 정리해둡니다.
아아… 이제 가면 언제 오흐나아... 어허으야 디히야아...
ps2. 미연샘, 미스티 6권 기다리고 이써염 >.<~
ps3. 민물고기에다가 단편 몇 편 더 실어서 단행본 나오면 좋겠는데.. 작가 본인이 단행본 계획이 없다고 하니, 아쉽군요. (그렇다면 이것으로 허브 잡지 연재분은 레어가 되는 셈인가..)
Read : 8202,  IP : 61.254.42.171
2005/04/25 Mon 06:04:14 → 2005/04/25 Mon 0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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