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비평사이트 두고보자

 

 

 

 

두고본 독자님들의 감상
268  1/15 0  관리자모드
앵두 수정하기 삭제하기
앵두의 만화인생 ① - 보물섬과 이동만화방
앵두의 만화인생 ① - 보물섬과 이동만화방


내 나이 스물여섯. 만으로 따지면 스물다섯에, 생일이 지나지 않았으니 스물넷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어쨌든 이십대 중반에 이르는 나이는 충분히 어른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나이이다. 이제 나도 사회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는 나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만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나이를 먹어도 전혀 줄어들고 있지 않다. 내가 가끔 집에서 뒹굴뒹굴대며 만화책을 보고 있으면 부모님들은 으레 “나이가 몇갠데 아직도 만화책이냐!?”라고 핀잔을 주기가 십상이다. 하지만 만화가 좋은 걸 어떡하나?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어른이 되었다는 이유로 이 재미있는 만화책을 저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나에게 만화책은 아주 특별하다. 그것은 내 인생의 부분을 할당한다 하더라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만화는 나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끊임없는 상상력과 즐거움, 나는 어렸을 적부터 만화책만 보면 사죽을 못썼다. 만화를 보고 얼마나 웃음을 짓고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가…

처음에 만화책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만화를 읽기보다는 오히려 그리는 것을 즐겨했었다. 그때 나는 강동구에 있는 모 아파트 3층에서 살고 있었는데, 1층에 사는 꼬마 녀석과 무척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 꼬마 녀석과 하는 일은 만화를 그려 만화책을 만들고 서로 보여주는 일이었다. 아! 나는 그때부터 만화에 푹 빠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나는 만화가에 대한 꿈과 동경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만화책이라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 당시 내가 읽은 만화책은 <악바리>나 <꺼벙이> 등이 전부였을 것이다. 티비에서도 만화를 해주긴 했지만 기억에 남아있지는 않다.

그러다가 만화책을 본격적으로 접하게 된 것은 아마도 초등학교 4학년 때였을 것이다. 왜냐면 그때 내가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갔었는데, 마침 그곳에는 이동만화방이라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동만화방이란 봉고차에 만화책을 잔뜩 싣고 와서 일주일에 아파트 단지에 2번 방문(아마도 화요일과 금요일)해 화요일에 만화책을 빌리면 금요일에 갖다 주는 그런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이것이 요즘 만화대여점의 시초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동만화방을 만난 나는 너무나 신이 났었다. 그전에는 책을 사지 않으면 볼 수 없었던 만화책을 싼 값에 이렇게 빌려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그 중에서도 나의 관심을 가장 끌었던 것은 바로 <보물섬>이었다. 그 두꺼운 분량과 갖가지 주제의 연재 만화들… 아시런지 모르겠지만 당시의 <보물섬>은 월간이었다. 요즘 만화처럼 주간이나 격주간이 아니라 만화 한번 보기 위해서는 한달을 기다려야 했다. 그 한달이란 얼마나 기나긴 시간인가! 화요일과 금요일마다 얼마나 봉고차를 기다렸던가!

당시 보물섬에는 수많은 만화가 연재되고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지금에 와서는 어떤 만화가 연재됐는지 거의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니 시리즈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고행석씨나 김동화씨의 작품도 있었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난다. 하지만 단 하나의 만화, 바로 <아기공룡 둘리>는 내 기억 속에 뚜렷하게 남아있다. 우리 초능력 아기공룡 둘리와 그 친구들인 또치, 도우너, 마이콜… 이들을 항상 못마땅해하고 괴롭히지만 미워할 수 없는 우리 고길동 아저씨… 내가 한달에 한번 <보물섬>을 찾는 이유는 <아기공룡 둘리>를 읽기 위함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나는 둘리에 푹 빠져 살았다. <보물섬>의 새로운 책이 나올 때면 으레 우리 동네 아이들은 둘리 이야기를 하며 그날을 보내기도 했다. 게다가 명절 때만 되면 티비에서 해주는 둘리 애니메이션은 또 어찌나 재미있는지… 특히 그 꼴뚜기 일당들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었던 기억이 아련히 밀려온다. 그리고 당시에 이동만화방에서 <보물섬>과 함께 가장 인기를 끌었던 만화는 <북두신권> 해적판이었으나 이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나는 얼마전에 둘리에 대한 오마쥬 형식의 만화를 본 일이 있었다. 단편이었는데 내용은 <아기공룡 둘리>에서 몇 십년 후의 이야기로, 둘리는 공장에서 일하다가 손가락이 짤리고, 도우너는 생체실험으로 해부당하고(철수가 팔아넘김), 또치는 동물원에서 생활하고, 희동이는 폭력사건으로 감방 신세를 지기 일수였다. 내 꿈과 희망이었던 둘리가 이렇게 비참하게 변하다니… 나는 너무나 안타까워서 눈물이 다 나올뻔 했다. 어린이들에게 그리고 나에게도 꿈과 희망을 심어주었던 둘리, 이제 둘리는 더 이상 희망이 될 수 없는 것일까? 현재 우리 주위에는 수많은 만화책이 홍수같이 쏟아지고 있지만 둘리 같이 감동과 희망, 아련한 감정을 주었던 만화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Comment : 3,  Read : 2810,  IP : 218.236.88.252
2003/09/11 Thu 12:58:38
浪人 

음... 저도 이동만화방을 이용했던 기억이 납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이곳을 통해서 여러 책들을 봤었다는... 언제부턴가 이동만화방은 자취를 감추어 버렸죠. 예전의 추억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최 규석 님이 그리신 `2003 공룡 둘리`의 파장은 상당하군요. 저 역시 강한 인상을 받았지만... 그냥 `페러렐 월드`의 한 사건이라고 생각하시면 될것 같네요. 뭐 이 작품의 둘리의 오리지널 후신이라면 상당히 암울하겠지만 (일단 김 수정 씨에게 허락을 받고 그렸으니 그렇게 볼수도 있겠지만요.)그냥 예전의 둘리를 생각하는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사족: 이미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소년 챔프에서 과거 `베이비 사우르스 돌리`라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된 둘리와 그 아들 `돌리`가 등장하는 작품이 연재됐었죠. 사실 이게 진정한 속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꼭 선을 긋는게 정석은 아니지만요.)

2003/09/11
illusion 

이동만화?! 전 처음 들어보네요. 님과 또래이건만.
그래도 꺼벙이는 본적이 있습니다.
재미있었지요. 당시 저는 캔디팬이었죠. 시티헌터랑~

2003/09/15
Toque 

이동만화방이라.. 후후, 저도 많이 이용했었죠. 전 거기서 순정만화를 처음 접했던 것 같습니다.
보물섬같은 잡지는 각종 병원(소아과나 치과)이나, 피아노학원이라던가.. 그런 곳에 많이 있어서 쉽게 보았었는데, 순정만화는 그 전에 접할 일이 별로 없었거든요. (유일하게 봤던 게 아카시아였던가요... =_=)
그 이동만화방 덕에 하이센스니 르네상스니 하는 잡지들을 보게 됐고...
특히 떠오르는 것은 이집트나 로마등이 배경이었던 묘한 순정만화들을 엄청나게 봐댔습니다. 지금은 내용도 제목도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

그러고보니.. 그때 만화에 재미들려서 초등학교 시절 처음으로 부모님 몰래 만화방이라는 곳에 찾아갔다가 집에 돌아와서 죄책감에 울며불며 부모님께 죄를 빌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만화방 가는 게 엄청난 죄인줄 알았거든요.

앵두님 저와 정확히 세대가 같으신데.. 간만에 옛기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_^

2003/09/17
목록보기 게시물 작성하기 답글쓰기


1813    [공지] 감상 게시판 이전.   capcold   2005/10/31 12415 
1770    민물고기 - 변미연   iamX   2005/04/25 8203 
1559    철인28호-각론에 앞선 메모 [2]  yasujiro   2005/01/19 7042 
1553    하울의 움직이는 성 - 미야자끼 할아버지에 대한 변호 [7]  곰팅   2005/01/13 7083 
1545    마스타키튼에 버금가는 우리만화 한편을 보고~   키튼   2005/01/05 7208 
1544    이노센스(Innocence) [6]  yasujiro   2005/01/05 7300 
1542    <하울의 움직이는 재앙>을 보고 오다 [15]  capcold   2005/01/03 7225 
1513    데스노트 감상 [7]  마야   2004/11/28 7590 
1506    최근 만화 몇가지   푸른별빛   2004/11/21 7281 
1478    데스 노트 (2004/10/25) [4]  iamX   2004/10/25 7374 
1450    시마과장에 대해서 한가지 궁금해서... [2]  늒돼   2004/10/05 7330 
1348    테이크 파이브 [2]  T5   2004/07/10 7266 
1328    데일리줌 보다 [4]  깜악귀   2004/06/26 7460 
1176    비포힙합 [4]  wwhndvc   2004/03/08 7649 
1062    분노하는 이유 - [야후]   vanDal   2004/01/07 8024 
946    앵두의 만화인생 ③ - 5백원과 8백원, 해적판 만화와.. [2]  앵두   2003/09/19 8558 
943    앵두의 만화인생 ② - 북두신권과 드래곤볼, 일본만화.. [5]  앵두   2003/09/17 8711 
현재 게시물    앵두의 만화인생 ① - 보물섬과 이동만화방 [3]  앵두   2003/09/11 2810 
목록보기   다음 목록보기
 1   [2  [3  [4  [5  [6  [7  [8  ... [Next]   [15] 
게시물 작성하기
EZBoard by EZNE.NET / kissofgod / skin Ez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