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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의 만화인생 ② - 북두신권과 드래곤볼, 일본만화와의 조우
앵두의 만화인생 ② - 북두신권과 드래곤볼, 일본만화와의 조우


초등학교 시절 나의 만화인생에 즐거움을 주었던 것은 <보물섬>과 <아기공룡 둘리>였다. 그것은 이동만화방이라는 특이한 형태로 나에게 다가왔었는데, 그 당시 이동만화방에서 <보물섬>만큼이나 인기가 있었던 만화책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북두신권>이라는 만화책이었다.



그 당시의 <북두신권>은 당연히 해적판인지라 잔인한 장면은 모두 ‘으아악’이라는 비명에 의해 가려졌었고, 간혹 등장하는 야한 장면들도 까만색으로 완벽히 처리되어 있었다. 당시, <아기공룡 둘리>와 <달려라 하니> 같은 만화를 보고 있던 나에게는 정말 충격적인 만화였다. 언제나 우직한 얼굴과 슬픈 눈빛을 하고 그 황폐한 세상을 떠도는 주인공 라이거는 나쁜 악당들에게 ‘와다다닷’이라는 기합과 함께 “넌 이미 죽은 목숨이다” 혹은 “3초 후에 너는 죽는다”라는 대사를 날리며 상대를 해치웠을 때의 그 충격! 그것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것은 극단적인 폭력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나에게 충격을 준 것이 아니라, 아마도 기존의 어린이 대상으로 하던 <보물섬> 같은 만화를 뛰어넘는 그 무엇인가가 있었기 때문에 내게 충격을 가져다주었다고 생각한다. <보물섬> 같은 만화의 주인공들은 그야말로 선하고 순수하고 아름다웠고, 악인까지도 용서해주는 그런 좋은 성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북두신권>의 라이거는 “그 동안 사람들을 괴롭혀 왔으면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야하지 않겠어”라면서 상대를 분해해버리는 것이다. 복수의 미학! 확실히 당시의 초등학생에게 어울리는 그런 종류의 만화는 아닌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일본만화와 나의 숙명적인 관계를 가져다 준 첫 조우가 아닌가 싶다.



또 하나, 초등학교 5학년 때였던가 6학년 때였던가… 하여간 어떤 녀석이 학교에 신기한 만화책을 하나 들고 왔다. 주인공은 서유기에 등장하는 손오공이라는 인물이었는데, 서유기의 손오공과 다르게 이 만화의 손오공은 몸은 완전히 인간인데다 단지 원숭이처럼 꼬리만 달려 있었다. 바로 이 <드래곤볼>이라는 만화는 그 당시 우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흥미진진한 전개와 화려한 액션신은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지만, 가장 우리가 주목했던 것은 부르마와 무천도사라는 인물이었다. 부르마의 목욕신이 여과없이 나온다던가(왠일인지 당시 만화책엔 깜뎅이 칠을 하는 여과작업을 하지 않았었다), 손오공이 부르마의 팬티를 벗기는 장면이라던가, 영감인 주제에 색을 밝히는 무천도사의 행동들은 당시의 우리들에게 대단한 충격이었던 것이다. 만화책에서 이런 것을 다룬다는 것은 당시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금기와 같은 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만화들이 악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당시의 우리들에게 이런 것들은 하나의 호기심으로 다가와서 서로 키득대며 웃으며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내 생각으로는 이 두 만화의 출연을 기점으로 한국만화는 일본만화에 완전히 밀려버렸다는 생각이다. 당시에 이 만화가 얼마나 인기가 많았었는지 AFKN에서 해주는 WWF 프로레슬링의 액션만큼 우리들은 북두신권의 ‘와다다닷’ 액션과 드래곤볼의 에네르기파 액션을 취하면서 놀았었다. 당시에도 인정했고 지금까지도 인정하는 바이지만 일본만화가 정말 대단하다는 것은 그때부터 내 인식에 깊이 박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나는 일본만화의 우수성에는 이견이 없다. 그리고 앞으로의 글에서도 일본만화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만화 현실은 일본만화 해적판이 물밀 듯이 밀려오면서 그 뿌리가 제대로 박히기도 전에 휩쓸려 가버렸다. 요즘 한국만화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내 생각에는 아직도 수준 이하라고 생각한다. 이현세 같은 경우 <공포의 외인구단> 이후 끈기를 잃어버렸는지 완결성이 미흡만 작품만 잔뜩 생산하고 있고, 요즘 잘나가는 박성우나 이명진의 만화 같은 경우에도 일본 환타지 물의 복사판에 불과한 일이다.

어쨌든 중학교에 들어오면서 어느순간 이동만화방이라는 것이 없어졌다. 그 대신 문방구와 서점에 정체불명의 5백원 혹은 8백원짜리 해적판 만화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값만큼 싸구려는 아니었다. 그 5백원 8백원짜리 만화에는 정말 주옥같은 명작 만화들이 실려있던 것이다!!!
Comment : 5,  Read : 8711,  IP : 218.236.88.100
2003/09/17 Wed 17:01:19 → 2003/09/17 Wed 17:03:12
하시 

에, 한국만화가 수준이하라는 평가에 그 예로 이현세씨나, 박성우, 이명진을 예로 든것은 조금 잘못된게 아닌가 싶네요. 꼭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있는 작가들 이외에도 그리 알려지지 못했지만 멋진 작품들을 그렸고, 또 그리고 있는 작가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작품, 을 그리는 국내 작가분들의 예를 들지는 않겠습니다^^

2003/09/18
하시 

빼먹은게 있는데;
써주시는 글은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 (역시 비슷한 세대)
다음시리즈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2003/09/18
앵두 

이 글들은 철저히 제 기억과 감상을 토대로 글을 쓰는 것이니 심각하게 받아들이실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그저 가볍게 읽으시고 과거를 같이 공유했으면 해요~~~^^

2003/09/19
aspiration 

맞습니다. 무슨 말을 하던 꼭 시비(?)를 거는 태도.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하나하나 따지면 누가 글을 쓰고 싶겠습니까?
그냥 저 사람은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라고 받아들여주면 좋을텐데.....................

2003/09/26
흐미 

요즘의 한국만화의 수준이 좋아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거 8~90년대에비해서 퇴보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만화 그리는 애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화 그리는지 원.....

2004/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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