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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랄리티의 생존가능성
1. 진짜
2. 진짜가 되려는 노력
3. 따라하기
4. 따라하기의 득세
5. 그래도 진짜가 좋다






진짜


시미즈 레이코의 만화 '월광천녀'에 이런 말이 있다.
다이아몬드와 큐빅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큐빅을 다이아몬드 옆에 데려다 놓으면, 둘의 광채는 확연히 구분되어버린다.
닮은 가짜는 진짜를 따를수 없다거나 이길수 없다는 뜻이다.
('월광천녀'에서는 이 말이 '타고난 차이는 어쩔수 없다'는 뜻으로 쓰였지만, 여기서는 말 그대로 쓰겠다.)


친구 자취방에 놀러갔을때, 열악한 노트북 스피커를 통해 진짜를 만났다.
이수영.
숱한 발라드와 뽕짝을 들으면서 그다지 끌리지 않았던 나지만, 그들(가수, 작곡가)이 지향했던것이 무엇인가를 한줄기 보았다.
진짜는 찬란하더라. 와서 가슴에 꽂히더라.
(정모박사는 이수영 즐;을 외치지만) 나는 이수영에게서 진짜를 보았다.
가수 이수영의 목소리는, 다가와서 그가 손에 쥐고있는 무엇을 건네주는 종류였다.
(너무 세련된 파판 o.s.t 는 별 느낌이 없었고, 이수영이 제 기량을 마음껏 발휘한 것은 거칠거칠한 한국 가요였다.)


진짜를 만나면 한동안 삶이 즐거워진다.
살아가는 이유, 글을 쓰는 이유 따위가, 아무 설명 없이 납득되어 버린다.
마음속의 장벽이 눈녹듯 녹아내린다.
진짜는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진짜가 되려는 노력


천진난만한 독자(청자, 감상자)로서 무한히 습득하고, 나름대로 창작이라고 주장하며 유사품들을 뱉어내는 유년기를 지나, 창작자로서 자의식이 뚜렷해지기 시작하면서, 창작자는 진짜를 추구하게 된다.
성과 없는 무한한 삽질과 헛된 방황 끝에 손에 넣는것은, 좁쌀만한 모래알이다.
그렇지만 그게 진짜다. 그 모래알이 모여 진짜가 된다.


사람들이 많이들 착각하는데, 재능이란 남보다 더 많이 '사랑하고, 집중하고, 노력하는' 것을 뜻한다.
남보다 더 많이 사랑한적도 집중한적도 노력한적도 없는 주제에,
"나와 달리, ㅇㅇ는 재능을 타고 났으니까."
라고 빈정거리는 자는 결국 워너비에 머무르고 말것이다.


진짜가 되려하는 사람들도 습작단계에서 고전을 숱하게 따라한다. 그러나 그들은 '따라하여 만든 것'을 가지고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따라하기


: ~~류와 표절 사이를 모호하게 왔다갔다 하는 일.


그 마음을 이해 못하는건 아니다.
작품의 진가를 알아볼수 있는 안목과, 따라가지 못하는 손이 빚어내는 질투와 절도행위들.


진짜는 사람의 마음에 힘을, 진짜가 되려는 노력은 격한 반발이나 격려를 불러일으키는 반면, 따라하기는 시야를 온통 우중충한 회색으로 만들어버린다.
창작자의 자존심에 둔감함을 지나쳐, 표절에 이르를때면, 역겨움까지 불러일으키는게 따라하기다.


그러나 상업적인 성공은 이쪽이 주로 많다.
세상에 따라하기는 넘치고, 아직 포기하지 않은 진짜가 되려는 노력은 눈에 띄지 않거나 결점에 파묻히며, 진짜는 너무나 드물다.
압도적인 물량공세에 힘입어, 그들 따라하기에서 대중에 영합하는 것들이 나오는 일은 흔하다.


그들은... 창작자가 아니라 엔터테이너라고 불러야 옳다.




창작자와 엔터테이너.
둘의 차이는, 진짜가 되려는 노력을 여전히 하고 있는가, 혹은 오래전에 그쳐버렸나에 있다.






따라하기의 득세


2003년 대한민국 만화 대상인가 어느 만화 관련 대상을 마린ㅇㅇㅇ가 수상했다는 소식은 날 매우 꿀꿀하거나 암울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만화계 현실이 어렵다 어렵다 하더니, 대상을 마린ㅇㅇㅇ가 차지하는구나."
매우 꿀꿀했다.
예전 마린ㅇㅇㅇ를 봤을 때도, <아마추어 만화가가 인터넷 상에서나 올리고 즐길만한 만화>라고 생각하던 중, 그 출판소식에 놀랐던 일도 있으니.


내가 마린ㅇㅇㅇ를 <그저그런 아마추어적인 만화>라고 생각한 이유는 두가지이다.

1. 만화체의 4컷 만화임에도, 클리세의 뭉텅이 빼고는, 내용상의 창작가다운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2. 그림이 일본인 일러스트레이터 미키 타카하시의 '코게빵(탄빵)'을 "너무나 닮았다."


문구 팬시로도 유명한 코게빵은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다. '따라하고 싶을만큼'
그 캐릭터를 기본 형태로 하여, 빵 시리즈가 아니라 어떤 종류의 소품이라도 새로이 창작해 낼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캐릭터 자체의 인기도 좋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키 타카하시가 코게빵 캐릭터를 다른 소품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단순히 '자기복제에 그칠 뿐이기 싫어서' 일 것이다.


마린ㅇㅇㅇ의 지은이가, 코게빵과 상관없이 캐릭터를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것은, 코게빵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으며, 적어도 연재 시작 이후에 만화나 미술관련한 지인의 누군가가 지적해 줬을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점이다.
"코게빵과 상관없이 만들어낸 캐릭터들이기 때문에, 이를 포기할수 없다."
라고 계속 나아갔을 수도 있지만... 독자인 나의 눈에는 그 여러 캐릭터들이 단지 코게빵2, 코게빵3... 로 보였다.




이 점은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일까?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적어도, 작품에서 큰 문제가 될만한 '독특한' 부분이, (아무리 자기 혼자 독창적으로 지어냈다 하더라도) 이미 다른 사람의 창작품으로 존재하고 있다면, 쓰린 속이 뒤짚어지든 말든 그걸 덮어버려야 좋다고 생각하는데 --- 이것이 잘못된 생각일까?
(완전히 버리는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독특한' 것으로 존재하는 부분만 고칠수도 있지 않나.)


이미 아차 하는 사이에 출판이 되었거나 한다면 모를까, 한동안 계속 '아마추어' 였을텐데, 되돌이킬 시기도 충분했을텐데... 왜?
그럴때는, 다른 인간적인 이유 -경제적 상황이 어려웠다거나 하는- 를 떠올리고, 한숨한번 짓고 말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엔터테이너와 창작가는 다르다고 고집하는 독자가 바보일지도.






그래도 진짜가 좋다


오리가 지랄해도 날지 못한다.
그래도 지랄거리는 오리들은 어딘가 항상 있을 것이고, 가끔 진짜를 뱉어내서 사람을 기쁘게 해줄 것이다.


엔터테인을 배격하고자 하는 생각은 없다. 나 또한 대중독자로서, 무수한 엔터테이너들의 혜택을 입고 있다.
그저 내가 독자로서 바라는 바는, 엔터테인 틈틈이, 세상이 회색으로만 칠해져 있다고 느끼기 전에, 진짜가 와서 내 영혼을 흔들어 놓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러면 답답한 속에 상쾌한 바람이 불어, 또다시 땅파며 지랄거릴 힘을 얻게 되니까.
꽥꽥.




덧. 잡담이고 다른 곳에 올려서, 이곳에도 올릴까말까 망설이다 올립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만화가 어려워진 이유는, 전반적으로 진짜가 되려고 노력하는 풍조가 없어서 아닐까하는.
('풍조'이지 노력하는 개인이 없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읽을게 없다는 것도 엔터테인조차 못하는 따라하기만 양산되어서 아닐지.
특정 장르의 장르팬들만 찾는 작품들만 나와도 문제이지만, 그 장르팬들이 외면하기 시작하는 작품이라면 더욱 문제 아닐까요?
더구나 일반적인 피라밋 구조(걸작은 극소수)라서 3류 만화가 넘치는 것도 아니고, '풍조' 자체가 창작을 비웃고 '엔터테인'만 강요한다면요.


저는 예전에 잡지는 윙크를 주로 사고 (이슈 등은 돈이 남을때; ) 단행본은 대원 것을 샀습니다.
윙크의 작가진과 힘넘치는 신인들이 좋았고, 대원의 '취향이 치우쳐져 있지 않은' 단행본 발간이 좋았습니다.
서울문화사 단행본은 읽어봐도 항상 뭔가 취향과 다르다고 생각했죠. 그것도 천편일률적인 취향-개인의 취향이 너무 반영된 리스트 아닌가 생각할만큼-의 것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그러다 윙크에 대한 오랜 독자 충성도를 잃고, 한동안 이슈나 화이트를 더 산 적도 있습니다. 심지어 밍크가 더 재밌던 시절까지;;
그 이유는 윙크의 잡지 개재물조차, '작가의 색깔이 분명히 사라지고, 상업적이지조차 못한 천편일률적인 무엇들의 집합' -_-; 이란 느낌이 들어서입니다.
(개인 의견이므로, 달리 생각하는 분들도 있으리라 봅니다.)
그 후 한참동안 만화를 거의 안 봤군요.
두고보자의 [다락방]에서, <익명의 칼럼니스트와 중견작가2, 신인작가2의 대담>에서, 독자로서 수긍한 바가 있다면 그런것이었습니다. 데스크에서 편집부의 '전체 독자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는 체계화된 시각의 결여. 근시안적 생각> 이런것 말입니다.
제대로 된 한국 만화기획자라면, '독자에 천착'하는게 아니라, 만화 독자를 <제대로> 파악하고, 심지어 이끌수 있기까지 한다면 좋겠죠.


제게 "요새 읽을 만화가 없다."는 말은 "요새는 진짜, 혹은 진짜를 추구하는 만화가 없다." 라는 뜻입니다.
제대로 쓴 클리셰도 상당히 좋아하는 독자로서 만화 작가분들에게 바람이 있다면, 전형적이어도 상관 없지만, 제발 자기만의 고유한 무엇으로 가공해서 보여주었으면 싶습니다.

에... '독특함'은 '엽기적'이 아닙니다. ㅡ_ㅡ
(이런 착각이 광범위하게 널려있던 시기도 있었던듯)


상업예술은 오리지날리티의 광휘가 필요없다고 하시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충고는---
다이아몬드가 큐빅보다 일억배는 비쌉니다. (^^; 수치는 과장)

그리고 어차피 문화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입니다.
저부가가치(따라하기, 표절)로 승부를 걸면, 남는건 적겠죠... -_-;

Comment : 3,  Vote : 396,  Read : 7118,  IP : 211.194.70.54
2004/01/06 Tue 16:24:40 → 2004/01/06 Tue 16:49:04
안드로꽃미남 

만화가 지망생들이 꼭한번 읽어봐야 될것같네요 ㅎㅎ

특히나 회지랍시고 일본만화를 모방..아니 베낀 일러를 회지 한가득

채우고 그걸 또 돈까지 받아 쳐먹는....일부 무지한 만화가 지망생들이...

2004/01/10
빠바박 

그렇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만화계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요소 중 하나지요.
이에 대한 대응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 만화계의 앞 날은 그리 밝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2004/12/21
anida 

매우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프린트해서 친구들에게도 읽게해주고싶네요.

200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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