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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전용만화책`에 대한 나의 시뮬레이션.
최근에 만화판을 기웃거리다 보니 '판매전용만화'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년에 대여권 논의에 뭣도 모르고 설쳐댔던 경험이 있는지라, 관심을 갖고 관련 정보를 뒤져보았습니다. 대여권 논의는 만화만이 아닌 전체 도서에 관련된 문제로 확대되었고, 이와는 별개로 우선 '판매전용만화'를 발간해 보는 것으로 논의가 진전되고 있더군요. 여기까지 오기에 상당한 우여곡절이 있었을 텐데 바람직한 수익모델이 창출되기를 바랍니다. 판매전용만화책을 두고 무수한 예측과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창작과 제작은 제 영역 밖의 일인지라 뭐라 언급할 처지고 못되고 그것의 유통과정에 대해 몇 자 적겠습니다.

대여점에서 판매전용만화책의 자율적인 대여금지나 판매는 상당히 회의적입니다. 저는 '안될 것이다'라고 단정하고 싶습니다. '자율금지', '대여점 위탁판매'라는 어설픈 기대를 갖기보다 '안될 것이다'는 가정도 세워놓고 새로운 유통경로를 모색했으면 합니다. 물론 기존 것에서 취할 것은 취해야 되겠지만.

대여점은 입지나 시스템으로 보면 판매보다는 대여가 유리합니다. 3천원에 사서 열 번 대여하면 본전을 뽑고, 그후로는 한 번 대여할 때마다 이익(판매수수료와 별 차이 없는)이 발생하는데 대여에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하지요. 따라서 대여점은 갑작스레 빌리는 것이 중단되어 '금단현상'이 발생한 고객의 극성스런 요구에 떠밀려하든, 자발적으로 하든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기 때문에 대여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비디오시장에서 판매시장과 대여시장이 구분되어 있는데, 판매용비디오를 대여점에 깔지 않고 '유통라인을 따로 두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언뜻 생각하기에 만 개에 이르는 대여점을 판매처로 이용한다는 발상은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돌아가는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대원에서 '만화판매점'이라는 스티커를 만들어 대여점에 배포했었습니다. 저는 대원이 쓸데없는 짓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나다를까 몇 군데 총판에 확인해보니 반응이 전혀 없었다고 하더군요.

총판에서 대여점에 만화책을 정가의 85%에 공급합니다. 별도의 가격체계를 두지 않는다면 판매전용만화책도 그러할 것입니다. 대여점이 소비자에게 정가에 판다면 15% 마진이 발생하는데 금액으로는 약 500원입니다. 이 정도의 금액으로 대여점주가 판매에 메리트를 느낄 수 있을까요? 아니지요.

대여점의 자율금지나 위탁판매가 제대로 될려면 대여점주가 서점의 '북매니저' 역할을 해주어야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여점주는 이런 논의가 되는 것조차도 모르고 있으며, 설득과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이 전무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율금지나 위탁판매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대여점을 논의구조에 참가시키고 설득시켜야 된다고 봅니다.

만화시장을 논하다보면 언제나 총판이 걸리는데 과연, 현재의 유통을 지배하고 있는 총판이 판매전용만화책을 어떻게 취급할까, 참 궁금합니다. 그들이 판매를 위해 발 벗고 나설까요? 뭐라 예단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 사실로 추측은 해볼 수 있습니다.

전국에 수많은 총판이 있지만 서점영업이 가능한 총판이 소수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총판은 대여점 영업에만 치중해왔습니다. 출판사도 예외가 아닙니다. 대여점 영업과 서점 영업은 그 노력과 방식에서 질적으로 다릅니다. 대여점 영업은 '보따리 장사', 서점 영업은 '세일즈'라고 표현해야 될까요. 제가 보기에 '보따리 장사'만도 못하지만 아무튼, 요즘 아동만화 단행본들이 서점에서 잘 나가고 있는데, 총판(출판사 포함)에게 아동만화 단행본 출판사들의 영업수준을 기대하기에는 무리라고 생각됩니다. 대여점 위탁판매에 대해 출판사에서 서점판매가 위축될 수 있다며 처음에는 반대했다고 하는데 그 얘길 듣고 한참 웃었습니다.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출판사에서 총판에 내려보내는 주문서를 보면 작품별로 비고사항에 '서점우선배본'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소비자 판매가 될만한 책은 서점에 우선적으로 배본하라는 영업지침인데, 대부분의 총판은 그것을 무시합니다. 서점과의 거래관계도 없고, 총판을 먹여살리는 것이 대여점이기 때문이지요. 아마, 제가 예상하기로 판매전용만화책이 총판에 내려간다면 그 책은 즉시 대여점으로 직행할 것입니다. 따라서, 대여점에게 자율금지를 말하기 전에 총판부터 교육시켜야 된다고 봅니다. 구조가 바뀌기 전에는 교육시켜도 개선되기 힘들겠지만.

제가 너무 지나친 염려를 하는 것일까요. 판매전용만화책. 어려운 첫걸음이 바람직한 수익모델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에서 글을 올렸습니다. 기존 유통에만 너무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유통경로를 모색해야 된다고 봅니다. 자칫 잘못하면, 뒤틀린 유통구조에 의해 무참히 깨질 수도 있습니다.



ps. 한달 전에 '만화세계정복'을 사서 읽어보았습니다. 제가 읽어본 책 중에서 만화와 관련된 것으로는 '처음'이었습니다. 물론, 만화 쪽으로 지갑을 연 것도 '처음'이지요. 머리가 따라주질  않아 눈에 팍팍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끝까지 정독했고, 만화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제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으니, 다른 책도 읽고 싶은데... 저에게 추천해 줄 만한 책이 없을까요?
Comment : 1,  Vote : 349,  Read : 8367,  IP : 61.39.151.31
2004/03/22 Mon 15:43:39 → 2004/03/22 Mon 19:50:33
soju 

20자 별점에서 관련서적 부문을 클릭하시면 대략의 만화관련서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일단 참고하시면 될 것 같구요.

개인적인 추천으로 몇 권을 꼽자면.
매체 자체에 접근 관련서
만화의 이해-스콧맥클루드/김낙호 역/시공사
만화의 미래-스콧맥클루드/김낙호 외 역/시공사
->두권은 만화로 되어있어서 읽기 편할 겁니다.
(관련서-그림을 잘 엮으면 만화가 된다-윌아이스너)
만화원론-요모타 이누히코/김이랑 역/시공사
만화와 커뮤니케이션-랜달 피 해리슨/이론과 실천

기타
만화의 역사-로저 새빈
성완경의 세계 만화 탐사-성완경
망가세계전략-나츠메 후사노스케/시공사
이미지, 모험을 떠나다-프랑수아 슈이텐, 브누아 피터스/현실문화연구
등..정도가 있을 듯 합니다.

더 자세한 목록을 받고 싶으시다면 pinksoju@yahoo.co.kr로 메일을 주시면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00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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