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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옴] 드라마 나무 만화 열렸네 / 이명석
드라마 나무 만화 열렸네 / 이명석

출처 : Cultizen


가볍고 발랄한 만화적 코드가 드라마와 영화와 같은 영상 매체의 주류에서 각광 받고 있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로 보인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만화 원작의 드라마는 생각만큼 늘어나고 있지는 못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저 여자는 영락없는 캔디로군. 평범한 얼굴에 발랄한 성격, 가난하고 배운 건 없지만 모든 남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의 비명을 지르겠네. 남자관계도 똑같아. 언제나 첫사랑 안소니를 잊지 못하지만, 테리우스 같은 남자를 만나 질풍처럼 새로운 사랑으로 내달리지. 이 드라마는 두말할 것 없이 [유리 가면]이야. 라이벌은 부자에 미모에 학식에 재능에, 갖추지 못한 게 없어. 모든 점에서 열세인 주인공이 가진 건 열정과 인내와 순수, 그리고 베일 뒤에 숨어서 자신을 돌보아주는 보랏빛 장미의 남자. 그녀는 끝내 상대를 이겨내고 운명의 남자 품에 안기지.

솔직히 지난 수십 년간 우리들을 울리고 웃긴 TV 드라마는 이와 같은 ‘만화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반대로 말하자면 우리가 가장 즐겨보는 만화들 역시 TV 드라마의 성공 노하우를 적절히 활용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브라운관으로 달려오는 만화들의 기세를 보면 분명히 예사롭지 않은 징조를 느끼게 된다. 단지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가 많아지고 있다는 수치상의 문제는 아니다. 그것보다는 우리 대중문화계 전체를 아우르는 새로운 분위기에 대한 궁금증이다.

지난해 퓨전 사극의 열풍을 불러온 [다모]는 방학기의 만화 [다모 남순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원작이 워낙 과거의 작품이고 만화가가 불만을 토로할 정도로 드라마에서 새롭게 개편된 점이 많지만, 만화 원작의 독창적인 소재와 탄탄한 이야기는 와이어 액션과 과장된 대사를 중심으로 한 이 드라마가 엉뚱한 곳으로 비틀거리지 않도록 하는 버팀목의 역할을 분명히 했다.

최근에는 원수연의 인기 순정 만화 [풀하우스]가 송혜교 주연의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이미 영화화되어 쓴 맛을 보았던 김혜린의 [비천무]가 24부작 한중 합작 드라마라는 긴 호흡으로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영화계와 방송계 양쪽에서 많은 손길이 뻗어간 박소희의 [궁]은 조선 시대 왕실이 아직까지 존재한다는 만화적인 설정 자체로 주목을 받으며, 드라마와 영화의 판권이 계약되었다고 한다.

최근에 개방된 일본 드라마들 중에도 [고쿠센] [반항하지마] [사토라레] 등 만화 원작은 적지 않다. 그러나 일본 현지로 가면 만화 원작의 드라마화 열풍은 더욱 거세다. 2003년에 만들어진 주요 작품만을 간단히 소개해 보자. 폭주족 출신 젊은이가 미래의 총리를 꿈꾸며 정치인 비서관이 되면서 벌어지는 코믹 정치 드라마 [쿠니미츠의 정치](안도 유마/ 아사키 마사시), 섬 마을의 작은 병원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는 주인공 고토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휴먼 드라마 [닥터 고토 진료소](야마다 다카토시), 홋카이도의 수의과 대학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인간과 동물의 코믹 드라마 [동물의사 닥터 스쿠르](사사키 노리코), 사립 의대의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주인공이 의사 세계의 문제점을 딛고 참된 의사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의료 휴먼 드라마 [헬로 블랙잭](사토 슈호), 재색을 겸비한 30대 독신 여성이 골목길에서 주워온 미소년을 애인도 남동생도 아닌 ‘애완동물’처럼 키우는 러브 코미디 [너는 펫](오가와 야오이), 한때 양아치였던 미술 교사 주인공이 아버지가 다른 4명의 동생, 엄마가 누군지 모르는 자신의 딸과 함께 살아가는 동거 코미디 [핫 맨](기타가와 쇼우)과 같은 작품들이 모두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꽃보다 남자] [빈궁귀공자] 등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꽃미남 대만 드라마까지 포괄하면 그 폭은 더욱 늘어난다.

사실 한국에서 만화 원작 드라마가 다소 눈에 뜨이기는 하지만 어떤 경향을 분명히 나타낼만큼 또렷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요즘 드라마에서 그토록 만화적 테마가 중요해지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지금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들이 '가장 만화 같은 설정과 뉘앙스’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연한 사건으로 한방에 동거하게 되는 남녀의 이야기 [옥탑방 고양이], 부모의 정혼으로 인해 만나게 된 검사와 여고생의 로맨스 [낭랑 18세], 할리퀸 로맨스를 원작으로 해 설왕설래하게 만든 [불새]와 같은 인기 드라마들은 이들이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 해도 전혀 의심을 사지 않을 만큼 만화적인 설정을 하고 있다. 영화계로 눈을 돌려보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두사부일체] [조폭마누라] [달마야 놀자]와 같은 조폭 코미디, [엽기적인 그녀] [동갑내기 과외하기] [어린 신부]와 같은 인터넷 소설 등 코미디 영화의 흥행 계보는 만화적 장치들이 거의 대세를 이루고 있다. 실제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올드 보이]는 전혀 만화적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만화보다 만화 같은 영화들이 넘쳐나고 있다.

대중문화가 넘쳐 나고 십대 문화 소비자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때에 가볍고 발랄한 만화적 코드가 드라마와 영화와 같은 영상 매체의 주류에서 각광 받고 있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로 보인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만화 원작의 드라마는 생각만큼 늘어나고 있지는 못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대답도 간단하다. 그럴 만한 만화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소재 발굴에 혈안이 되어 있고, 그 중에서도 만화적 소재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는 영화계와 방송국도 특별히 눈에 뜨이는 만화 원작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만화계의 극심한 불황 속에 작품의 기근이 오래도록 이어지고 있는 것도 큰 원인이겠지만, 우리 만화의 장르가 무협 액션 판타지와 학원 로맨스 등 협소한 영역에 집중되어 '드라마적인 풍성함’을 갖춘 작품들을 충분히 잉태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만화가들 중에 드라마적인 단단함으로 무장해 언제든지 영화나 만화로 만들어져도 좋을 작품을 양산해내고 있는 사람은 [48+1] [아스팔트의 사나이] [비트]의 허영만 외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 드라마 PD와 작가들이 만화 원작에 이토록 매달리고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한국, 일본, 대만 이 세 나라 정도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 세 나라 외에는 드라마 장르와 유사한 성격의 만화를 개발해온 곳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만화가 서구 만화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펼쳐온 방대한 장르의 세계는 ‘전 세계의 모든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고 큰 소리쳐도 될 정도로 풍성한 드라마의 자양분이 되어 왔다.

지금은 동아시아 문화 주류의 자리를 한국에 넘겨줘야 할 위치에 있는 일본이지만 그 드라마의 단단한 전통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어떠한 직업이든, 어떠한 특수 세계이든 파헤치고 들어가 매력 있는 드라마투르기를 뽑아내는 일본 만화가들의 열렬한 정신은 드라마와 영화화의 판권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아왔다.

한류 열풍의 맥주잔이 넘쳐 나고 있다. 많은 거품을 걷어내더라도 한류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아시아 드라마의 주도권도 한국으로 넘어오고 있다. 그러나 그 바탕이 될 수도 있는 만화가 넓고 단단한 장르의 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 안타깝다. 지난 몇 년 간 인터넷 소설이 큰 인기를 모아왔지만 그것은 만화 혹은 드라마가 담아내야 할 ‘대중적이고 살아 있는 이야기’를 그들이 충분히 담아내지 못해서 생겨난 현상이기도 하다.
Comment : 2,  Vote : 345,  Read : 9056,  IP : 61.73.67.99
2004/06/11 Fri 13:14:09
sgizz 

음..조금 공감 가는 부분도 있군요..
확실히 요새 특히"학원순정물"로 치부되는 일부지만 많은 만화들이 오히려 티비드라마의 공식을 답습하는 느낌;;

2004/06/25
hurmu 

전, KBS1만 보는데...(난시청지역...;) 거기까지 드라마가 나오는게 제일 싫어요. 주인공만 바뀌는 시리즈물 같아서... 보는것도 지겨워 죽겠어요. 또 뭔가가 새로 시작하던데...제목마저...사랑어쩌구...

200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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